우리에게 익숙한 벤버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아시안컵에 참가한 가운데,
다소 충격적인 근황이 알려져 화제입니다.
아랍에미리트 vs 팔레스타인
UAE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C조 2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습니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벤투 감독은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옐로카드를 받았습니다. 그는 이미 전반 추가 시간에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습니다. 결국 벤투 감독은 라커룸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데자뷰
이로 인해 UAE는 벤투 감독 없이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UAE는 1승 1무로 승점 4점을 획득, 조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강호 이란은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을 4-1로 이겼습니다. 이란은 오는 20일 홍콩과 경기를 갖습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UAE는 이란과 맞붙게 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인 이란은 아시안컵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힙니다. 반면 UAE는 64위로 C조 내에서는 랭킹 2위입니다. 팔레스타인은 99위, 홍콩은 150위로 뒤따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전에서 UAE는 전반 23분에 술탄 아딜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습니다. 알리 살레의 크로스를 아딜이 정확한 헤더로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악재가 발생했습니다. 37분경, UAE의 칼리파 알 하마디가 비디오 판독(VAR) 결과에 따라 퇴장당했습니다. 이와 함께 UAE는 페널티킥까지 내주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벤투 감독은 팔레스타인전 첫 옐로카드를 받았습니다.
그는 페널티킥과 퇴장이 함께 나올 정도의 파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 골키퍼 칼리드 에이사가 타메르 세암의 강한 오른발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내며 위기를 넘겼습니다.
전술마스터 벤투, 전략수정
벤투 감독은 예상치 못한 퇴장에 대처하기 위해 급히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센터백 알 하마디의 레드카드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 벤투 감독은 공격수 리마를 빼고 수비수 칼리드 하세미를 투입했습니다. 전반전은 UAE가 1-0으로 리드를 유지하며 마쳤습니다.
그러나 UAE는 후반 5분에 수비수 바데르 나세르의 자책골로 팔레스타인에게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상대의 크로스를 막으려던 나세르가 다이빙 헤더로 실수하며 UAE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 실수로 인해 팔레스타인이 경기 분위기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적 열세에 처한 UAE는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선수 10명으로 방어 라인을 강화하며 팔레스타인의 공세에 대응했습니다. 특히, 골키퍼 칼리드 에이사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에이사는 이날 페널티킥을 포함해 총 8차례의 선방을 기록했습니다.
경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벤투 감독은 두 번째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습니다. 그는 테크니컬 에어리어 부근에서 심판에게 항의를 하다가 퇴장 조치를 받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UAE는 조별리그 3차전을 감독 없이 치르게 되었습니다.
2022 한국이 떠오른다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당시의 상황은 현재 벤투 감독의 상황과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당시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습니다.
2차전에서 한국은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와 맞붙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벤투호는 가나에 연속으로 실점하며 0-2로 뒤처졌습니다. 그러나 후반전에 조규성(당시 미트윌란 소속)이 연속된 헤더 골로 2-2 동점을 이뤄내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후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며 모하메드 쿠두스(당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소속)에게 역전골을 허용했습니다. 가나는 이후 한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방어에 집중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한국은 이강인(당시 파리 생제르망 소속),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소속) 등을 앞세워 가나를 압박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은 다소 어이없는 판정으로 중요한 기회를 놓쳤습니다. 코너킥 상황에서 주심 앤서니 테일러는 갑작스럽게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습니다. 추가 시간이 더 주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테일러 주심은 경기를 마감했습니다. 이에 김영권(당시 울산HD 소속)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 주심에게 항의했습니다.
벤투 감독은 벤치에서 급히 뛰쳐나와 테일러 주심을 막아서며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중계 화면에는 벤투 감독의 강력한 항의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이에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결국 벤투 감독은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벤치에 앉을 수 없었습니다.
3차전 안배한 벤버지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에서 한국은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전반 초반 실점했지만, 김영권이 코너킥 상황에서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기록하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경기 후반 막바지에 황희찬(당시 울버햄튼 원더러스 소속)이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마무리하며 역습을 성공시켰습니다. 동시에 우루과이는 가나를 상대로 추가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16강 진출을 극적으로 확정지었습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6강에서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4로 패하며 카타르월드컵 도전을 마무리했습니다.
한국떠나 아랍에미리트로
벤투 감독은 계약 만료 후 한국을 떠나 지난해 7월 UAE의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그는 3년 계약을 맺어 2026 FIFA 북중미월드컵까지 UAE 팀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은 벤투 감독이 UAE를 이끈 첫 메이저 대회입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UAE는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4승 1무 1패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벤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지난 2019년 아시안컵 8강에서 카타르에게 0-1로 패해 탈락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 최고의 전력을 구축하며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 부임 시 아시안컵 우승을 첫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그의 첫 경기에서 한국은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이강인의 멀티골로 3-1 승리를 거두며 좋은 시작을 보였습니다.
한국팀과 재회한 벤투
대회 직전,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뉴욕대 아부다비 캠퍼스에서 진행된 첫 현지 훈련에서 벤투 감독과 대한민국 대표팀이 우연히 만났다. 훈련 일정이 겹치면서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 축구 대표팀이 훈련 후 잠시 재회했다”라고 밝혔습니다.
KFA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벤투 감독은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주역들과 만났습니다. ‘벤투호 황태자’로 불리는 주축 미드필더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손흥민과 A매치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그리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도 벤투 감독과 재회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조현우(울산) 역시 벤투 감독과의 재회가 반가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KFA의 사진 속에서 조현우와 벤투 감독은 서로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UAE와 한국이 모두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고 8강으로 향한다면, 두 팀 간의 맞대결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